촬영장소 대여는 공간 부업 중에서 드물게 '이미 갖고 있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종목이다. 인테리어 공사도, 임차 보증금도, 장비 구입도 없다. 광고·유튜브·웹드라마 제작이 늘면서 세트장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사는 집을 찾는 수요가 커졌고, 그 수요는 근사한 저택만 향하지 않는다. 다만 낯선 스태프 열 명이 내 거실에 장비를 들이는 일이니, 돈 얘기보다 먼저 알아야 할 규칙들이 있다. 시세부터 파손 대비까지 순서대로 짚는다.
어떤 집이 섭외되나 — 특별한 집만 찾는 게 아니다
가정집 촬영 대여 서비스가 따로 생길 만큼 시장이 자리 잡았는데, 등록되는 공간 목록을 보면 의외다. 신혼부부의 아파트, 원룸, 전원주택, 심지어 80년대 구옥까지 올라온다. 일상 장면을 찍어야 하는 제작팀에게는 생활감 그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 같은 집이 아니라 '누가 봐도 사람 사는 집'이 필요한 촬영이 생각보다 많다.
제작팀이나 로케이션 담당자가 공통으로 보는 조건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 채광 — 남향에 자연광이 오래 드는 집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다. 조명 장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 층고와 거실 크기 — 카메라·조명·인원이 함께 움직일 동선이 나와야 한다
- 장비 반입 여건 — 엘리베이터 유무, 주차 공간, 현관까지의 거리
- 통제 가능성 — 촬영 시간 동안 생활 소음·출입을 조절할 수 있는지
- 뚜렷한 무드 — 통창, 옥상, 빈티지 가구, 세월 묻은 부엌처럼 한 장면이 그려지는 요소
이 중 두세 개만 해당돼도 등록해볼 가치가 있다. 특히 '오래된 그대로'가 강점이 되는 유일한 공간 부업이라, 리모델링 안 한 구옥이 오히려 지명되는 일이 흔하다.
대관료 시세 — 정해진 표가 없고, 범위로 움직인다
촬영 대관은 숙박처럼 공시된 시세가 없다. 규모·시간·통제 난이도에 따라 협의로 정해지는데, 공개된 사례들을 모아보면 대략의 범위는 잡힌다.
- 사진·소규모 영상(스태프 3~5인): 시간제 대관 기준 시간당 몇만 원대. 아파트 거실 기준 3인 시간당 5만~7만원대에 올라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단편·독립영화(10인 안팎, 반나절~하루): 회당 수십만 원대. 커뮤니티에 공유된 실사례로는 몇 시간 촬영에 30만원, 시골집 하루 대여에 50만원을 받은 경우가 있다
- 드라마·상업 광고(수십 인, 하루 이상): 하루 100만원 이상에 보증금을 수백만 원 단위로 따로 받은 사례까지 있다
같은 집이라도 '가구를 옮기는가', '벽에 뭔가를 붙이는가', '몇 시까지 찍는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그래서 견적 문의가 오면 금액부터 부르지 말고 촬영 내용·인원·시간부터 물어보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현실적인 기대치를 숫자로 잡아보면 이렇다.
| 시나리오 | 월 건수 | 건당 조건 | 월 수익 |
|---|---|---|---|
| 사진 촬영 위주로 가볍게 | 2건 | 3시간 × 시간당 5만원 | 약 30만원 |
| 사진 + 영상 혼합 | 3건 | 사진 2건 + 6시간 영상 1건(시간당 6만원) | 약 66만원 |
| 드라마·광고 로케이션 | 분기 1건 | 하루 100만원 안팎 | 월평균 30만원대, 대신 불규칙 |
표에서 보이듯 고정 수익이 아니다. 예약이 몰리는 달과 한 건도 없는 달이 섞인다. 월세처럼 계산하고 들어가면 실망하고, 보너스로 계산하면 꽤 괜찮은 구조다.
어디에 내놓을까 — 채널은 세 갈래
- 시간제 공간·촬영지 중개 플랫폼. 수요가 가장 많고 결제·환불 규정이 정리돼 있다. 중개 수수료를 떼는 대신 초보가 겪을 분쟁을 플랫폼 규정이 흡수해준다. 처음이라면 여기서 시작하는 게 무난하다.
- 지역 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등록. 서울영상위원회처럼 개인 소유 주택·사무실·상점의 촬영장소 등록을 받는 공공 창구가 있다. 다양한 각도의 사진 5장 이상을 올리는 식으로 등록하면 영화·드라마 제작진의 섭외 풀에 들어간다. 수수료 부담 없이 노출을 늘리는 통로다.
- 제작 커뮤니티·직접 문의. 단가는 가장 높지만 상대 검증과 계약 조건을 전부 스스로 챙겨야 한다. 경험이 쌓인 뒤에 여는 채널로 남겨두자.
어느 채널이든 승부는 등록 사진에서 난다. 자연광이 가장 좋은 시간대에, 광각으로 공간 전체가 보이게, 생활감은 살리되 잡동사니만 치우고 찍는다. 제작팀은 '보정된 예쁜 사진'이 아니라 '화각이 나오는지'를 본다.
촬영 확정 전 체크리스트 — 전화로 끝내지 말 것
분쟁은 거의 전부 '말로만 합의한 것'에서 나온다. 확정 전에 아래 항목을 문자·메일로라도 남기자.
- 촬영 내용과 용도(사진/영상, 상업/개인) — 어떤 장면을 찍는지
- 인원수와 시간 — 셋업·철수 시간 포함인지, 초과 시 시간당 요금
- 가구 이동·벽 부착(못·테이프) 허용 범위와 원상복구 조건
- 보증금 금액과 반환 시점
- 전기·수도 사용 범위, 흡연·취식 규칙
- 귀중품·개인정보 정리 — 가족사진, 우편물, 서류는 촬영 동선에서 치운다
- 관리사무소·이웃 사전 고지 — 누가, 언제 알릴지
파손·보험·이웃 민원 — 부업을 접게 만드는 세 가지
파손은 보증금과 기록으로 막는다. 촬영 직전에 집 상태를 방별로 촬영 시각이 남게 찍어두면, 반환 협의가 감정싸움이 아니라 사진 대조가 된다. 바닥 보양(장비 이동 경로에 깔개)을 요구하는 것도 정당한 조건이다.
보험은 두 방향에서 확인한다. 먼저 제작사 쪽 — 규모 있는 제작은 자체 배상 대책을 갖춘 경우가 많으니 파손·사고 시 처리 절차를 계약 전에 물어본다. 다음 내 쪽 — 간헐적 대여를 넘어 계속 돌릴 계획이라면 시설 운영 중 제3자 피해를 보상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 카테고리를 검토할 만하다. 보장 범위는 상품·특약마다 다르니 세부는 보험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이웃 민원은 셋 중 가장 무섭다. 파손은 돈으로 해결되지만 민원은 다음 촬영 자체를 막는다. 스태프 차량이 골목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점거하는 것, 엘리베이터를 장비로 독점하는 것, 늦은 시간 소음이 단골 민원이다. 서울영상위원회 촬영 매뉴얼도 주민 불편이 없도록 사전 고지와 현장 안내 인력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아파트라면 관리규약 확인과 관리사무소 사전 협의가 첫 단추이고, 스태프 주차는 인근 사설주차장으로 돌리는 조건을 계약에 넣는 게 안전하다.
사업자·세금은 한 줄만 기억하자
어쩌다 한 번의 대여와 계속·반복되는 대여는 세금에서 취급이 다르다. 예약이 꾸준히 잡히기 시작했다면 공간대여업 사업자등록과 소득 신고를 검토할 시점이다. 업종코드 선택부터 임차 공간의 전대 동의까지는 공간대여 사업자등록 정리 글에 모아뒀다. 신고 기준은 빈도·규모에 따라 달라지니 애매하면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자.
'사는 집 그대로'가 이 부업의 정체성이다
이 부업의 손익은 단순하다. 들어간 돈이 거의 없으니 한 건만 받아도 흑자다. 그 대신 내 생활과 촬영이 한 공간을 나눠 쓰는 불편을 감수한다. 예약이 늘어 생활이 밀려나기 시작하면 그때가 갈림길이다. 별도 공간을 임차해 전업으로 키우는 길은 렌탈스튜디오 창업 가이드에서 숫자로 다뤘고, 촬영 대관 말고도 놀리는 공간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유휴공간 수익화 지도에 펼쳐뒀다. 지금 단계에서는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첫 문의가 오면 들뜨지 말고, 촬영 내용·인원·시간부터 물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