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네 곳, 외국인관광 도시민박 다섯 곳, 모텔 두 곳. 이걸 다 해본 사람이 다음으로 고른 게 호스텔이었습니다. 한 숙박업 유튜브 채널 소개글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지금 월매출 1,500만원쯤이고 가을에는 2,000만원을 본다고요.
왜 또 고시원이나 모텔이 아니었을까요. 소개글의 문장은 이렇습니다. "망하기 쉽지 않은 사업성을 만들 수 있는 게 호스텔이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만의 판단은 아닌 듯합니다. 호스텔업 등록은 3년 사이 1,005곳에서 1,623곳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관광호텔업은 스물네 곳 느는 데 그쳤고요. 올해는 속도가 더 붙어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편의점이나 사무실 자리를 호스텔로 용도변경한 사례만 170건입니다. 2년 전 같은 기간에는 18건이었습니다.
호스텔 창업 4부작 1편입니다. 2편 용도변경과 매물 점검 · 3편 객실 구성과 창업 비용 · 4편 운영 현실
다른 업종이 막히는 곳에서 호스텔은 열립니다
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손님 쪽이 아니라 자리 쪽에 있습니다. 숙박업을 해본 사람이 호스텔로 옮겨가는 건 어딘가에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숙소를 열려는 사람 앞에는 보통 세 갈래 길이 있는데, 각각 다른 데서 막힙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도시에서 에어비앤비를 합법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이름 그대로 외국인 손님이 원칙입니다. 국내 여행객이 몰리는 연휴를 그냥 흘려보내야 합니다. 게다가 사업자 본인이 그 집에 살아야 하고, 집 크기도 230제곱미터를 넘으면 안 됩니다. 산다는 건 전입신고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두 군데 살 수는 없으니, 잘돼서 옆 건물에 하나 더 열고 싶어도 내가 거기 살지 않으면 등록이 안 됩니다. 한 사람이 한 채로 끝나는 구조라, 확장을 막는 게 자금도 상권도 아니고 주민등록인 셈입니다.
완전히 막힌 건 아닙니다. 공유민박 실증특례로 지정된 플랫폼을 통하면 1년 중 180일까지 내국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외국인은 365일 받을 수 있고, 제한이 걸리는 건 내국인 영업일입니다. 다만 연휴와 주말이 몰리는 성수기에 그 180일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미리 계산해야 하고, 특례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도 붙습니다.
일반 숙박업. 모텔이나 여관입니다. 내국인 외국인 다 받을 수 있고 면적 제한도 없습니다. 대신 주거지역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의 일반주거지역 별표를 펼쳐보면 숙박시설이라는 용도 자체가 없습니다. 조례로 풀 수 있는 항목에도 없어서 어느 지자체도 허용해줄 수 없습니다. 상업지역 땅값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호스텔업. 여기서 두 벽이 동시에 사라집니다.
- 내국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등록 기준에 아예 "외국인 및 내국인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정보 교류시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법이 처음부터 내국인 손님을 전제하고 만든 업종입니다. 이게 권리 문제가 아니라 공실 문제라는 게 중요합니다. 외국인만 받으면 방한 관광 성수기에 매출이 몰리고 비수기에 그대로 빕니다. 내국인을 받으면 주말과 휴가철이 그 빈 자리를 메웁니다. 1년을 놓고 보면 이 차이가 가동률로 나타납니다.
- 일반주거지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용도지역표에 허용돼서가 아닙니다. 관광진흥법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관광숙박시설에 대해 용도지역 제한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었고, 그 대상에 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준공업지역·자연녹지지역이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건 호스텔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관광숙박시설이면 관광호텔업도 소형호텔업도 같은 특례를 받습니다.
- 객실 수 하한이 없습니다. 여기가 진짜 갈림길입니다. 관광호텔업은 30실 이상, 소형호텔업은 20실 이상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주거지역에 들어갈 수 있어도 방을 서른 개 만들 자본이 없으면 그 문은 안 열립니다. 호스텔업에는 그 하한이 없어서, 건물 한 층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기준까지 완화받습니다. 도로는 관광호텔이 폭 12미터를 요구받는데 호스텔은 8미터면 되고, 지자체가 고시한 지역에서 20실 이하로 운영하면 4미터 도로로도 됩니다. 조경 15퍼센트와 경계 수림대 조성도 일반주거지역 호스텔만 면제입니다.
2016년 법제처에 올라온 질의 하나가 이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일반주거지역의 가정집을 호스텔로 용도변경하겠다며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사례였습니다. 주거지역에 숙박시설이라니 안 될 것 같지만, 호스텔이라서 검토 대상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시민박은 내국인 영업일이 묶이고, 모텔은 땅값에서 막힙니다. 주택가 건물을 빌려서 내국인 외국인 다 받으면서, 그것도 작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은 호스텔업 쪽으로 좁혀집니다.
객실 구성도 자유롭습니다. 등록 기준에는 방을 몇 개 두라거나 어떻게 나누라는 규정이 없습니다. 개인실 위주로 짜도 되고, 도미토리를 넣어 같은 방에서 여러 명에게 요금을 받는 구조를 섞어도 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자리마다 다르고, 그 계산은 3편에서 하겠습니다.
도미토리: 한 방에 침대를 여러 개 두고, 서로 모르는 손님들이 침대 하나씩을 각자 값을 내고 쓰는 다인실입니다. 기숙사를 뜻하는 영어에서 온 말입니다.
다만 특례의 열쇠는 사업계획 승인입니다. 용도지역 제한이 풀리는 것도, 조경과 도로 기준이 완화되는 것도 전부 승인을 받은 관광숙박시설에 붙는 이야기입니다. 신청은 시·군·구 관광 담당 부서이고, 건축 인허가와 별개로 진행됩니다. 매물을 보러 다니기 전에 관할 부서에 먼저 물어보세요. 승인에 걸리는 기간만큼 임대료가 나간다는 점도 예산에 넣어야 합니다.
근거: 관광진흥법 제15조·제16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제13조·제14조 및 별표1.
손님은 늘었는데 방이 안 늘었습니다
물론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손님이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쪽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 온 외국인은 1,07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21.3% 늘었습니다. 관광지출은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고요.
그런데 방은 그만큼 안 늘었습니다. 서울 관광호텔 인허가는 2016년 한 해 35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단 2건. 10년 사이 최저입니다. 리드에서 관광호텔이 3년간 스물네 곳밖에 안 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관광호텔 객실은 5만 3,503실인데, 호텔 하나 짓는 데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5년쯤 걸리니 당장 늘 수도 없습니다. 업계는 올해 방한 외국인을 2,200만 명으로 내다봅니다.
결과는 가격입니다. 서울 호텔의 객실당 매출은 2019년보다 67% 올랐고, 가동률은 79.2%입니다. 업계에서 80%면 사실상 만실로 봅니다. 그리고 그 객실의 71.2%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습니다.
호텔값이 위로 튀면 그 아래 자리가 빕니다. 하룻밤 20만원을 못 내는 젊은 배낭 여행자들이 갈 곳이 필요해졌고, 그 자리를 호스텔이 채우고 있는 겁니다. 호스트는 늘릴 자리를 찾고 손님은 내려올 자리를 찾는데, 그게 같은 자리입니다.
다만 이건 한국, 그중에서도 도심 이야기입니다. 같은 기간 세계 호스텔 시장은 반대로 갔습니다. 글로벌 도미토리 1박 평균 가격은 8.2% 떨어졌고 영국 호스텔 가동률은 11.6% 하락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호스텔이 뜬다"가 아니라 "서울과 부산의 호텔값이 튀어서 그 아래가 비었다"가 정확한 설명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해당하나
업종을 바꾸는 게 늘 정답은 아닙니다. 지금 자리에 머무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를 읽으면서 내가 어디에 가까운지 보세요.
지금 도시민박이 맞습니다. 직장을 유지하면서 부업으로 하고 있고, 내가 사는 집을 활용하며, 초기 투자를 최소로 두고 싶다면 그렇습니다. 아직 시장 감각을 익히는 단계라면 더 그렇고요. 이 단계에서 배우는 게 분명히 있습니다. 어느 입지가 되는지, 어떤 사진이 예약을 부르는지, 청소와 체크인을 어떻게 줄이는지.
호스텔로 넘어갈 때가 됐습니다. 도시민박을 한두 해 돌려봤고, 내국인 문의를 거절하는 게 아깝고, 방을 더 늘리고 싶은데 한 채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면 그렇습니다. 건물 한 층이나 한 채를 확보할 수 있다면 계산을 시작할 때입니다.
아직 넘어가면 안 됩니다. 본업을 유지한 채로 하려는 경우입니다. 도시민박은 부업으로 굴러가지만 호스텔은 그렇지 않습니다. 객실 하나 청소가 실무 표준으로 25분에서 30분인데 침대 여덟 개짜리 방은 40분 안팎이라, 그런 방이 열 개면 청소만 하루 여섯 시간입니다. 자본이 빠듯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임대로 시작하면 초기 비용이 최소 2억에서 3억이라고 하는데, 이 금액에 보증금이 포함되는지는 자리마다 다릅니다. 평당 11만원짜리 180평이면 임대료가 월 2,000만원이고 보증금은 그와 별도로 걸립니다. 여기에 가동률 80%를 3년 유지해야 시설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게 업계 기준입니다.
세금도 갈립니다. 도시민박은 매출이 작아 간이과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호스텔은 초기 공사비가 커서 일반과세로 시작해 부가세를 환급받는 쪽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급에는 조건이 붙고 나중에 간이로 돌아갈 때 반납이 생깁니다. 이 계산은 간이과세와 일반과세를 정하는 순서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전국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작하기 전에 하나만 확인하세요. 호스텔 급증은 전국 현상이 아닙니다.
2년 사이 서울은 121곳에서 288곳으로, 부산은 147곳에서 281곳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는 167곳에서 163곳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전남은 328곳에서 362곳으로 거의 제자리고요.
도심 호스텔 이야기를 지방 관광지에 그대로 옮기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내가 보는 지역의 방문자 흐름과 비수기 길이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공급 쪽 전제도 다시 보세요. 호텔은 못 늘고 있지만 다인실은 사정이 다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 소공동에 108객실, 종로에 51실이 문을 열었고, 충무로에는 6인실과 8인실로만 70객실을 채우는 신축이 글로벌 체인을 달고 기획되고 있습니다. 다인실은 원래 개인 사업자들의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자본이 같은 구성을 들고 들어오는 중입니다. 앞으로 몇 년은 방이 모자라니 안전하다, 이 계산으로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다면 전제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계약 전에, 학교부터 확인하세요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매물을 보기 전에 지도부터 켜세요. 실무자들이 가장 흔한 걸림돌로 꼽는 게 학교입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관광숙박업을 보호구역 안에 둘 수 없는 시설로 정해두었고, 예외로 빠지는 업종은 한국전통호텔업과 가족호텔업 둘뿐이고, 호스텔업은 없습니다. 대학 보호구역에 한해 객실 100실 이상 관광호텔업이 따로 빠지지만 호스텔과는 거리가 먼 조건입니다. 학교 경계에서 200미터 안이면 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통과 못 하면 그 자리는 끝입니다.
여기서 지도의 직선거리로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 보호구역은 고시된 구역도가 기준이고, 심의는 관할 교육지원청이 맡습니다. 후보지 주소를 들고 교육지원청에 구역 해당 여부와 심의 절차, 소요 기간을 물어보는 게 정확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