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3년째 되는 봄을 그려 보겠습니다. 임대 계약을 다시 쓰자는 연락이 옵니다. 같은 달에 은행에 갚아야 할 돈도 한 단계 올라갑니다.
둘 중 하나만 왔으면 넘겼을 일입니다. 겹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가는 돈은 늘어나는데 성수기는 아직 넉 달 뒤입니다.
문 닫는 곳이 실제로 이 언저리에 몰려 있습니다. 2020~2021년에 문을 연 숙소 10,095곳 중 1,973곳이 3년을 못 채웠습니다. 5곳 중 1곳(19.5%)입니다. 이 시기가 코로나와 겹쳐서 그 영향만 따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3년을 넘길 확률은 업종에 따라 크게 갈렸습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은 4곳 중 1곳(25.8%), 관광숙박업은 40곳 중 1곳(2.5%)이었습니다. 같은 3년인데 10배입니다.
쉽게 열리는 문일수록 먼저 닫혔다는 뜻입니다.
3년 안에 몇 곳이 문을 닫나요?
기간을 늘리면 더 올라갑니다. 2020년에 문을 연 5,141곳은 5년 안에 3곳 중 1곳(30.7%)이 사라졌습니다.
총량보다 중요한 건 닫은 시점입니다. 5년 안에 접은 곳의 69.2%가 1~3년차에 몰려 있었습니다.
읽는 법: 위험이 5년에 고르게 퍼진 게 아니라 앞쪽에 쏠려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문 닫았다고 다 접은 건 아닙니다. 사장이 바뀌면 쓰던 등록을 닫고 새로 냅니다. 서류에는 폐업으로 남지만 그 숙소는 계속 영업합니다.
그래서 닫은 곳의 주소를 따라가 봤습니다. 같은 주소에 1년 안에 새 숙소가 등록된 곳이 10곳 중 3곳 넘게(35.0%) 있었습니다. 한 주소에 여러 곳이 등록된 건물을 빼면 5곳 중 1곳 남짓(22.7%)입니다.
이건 넉넉하게 잡은 값입니다. 같은 건물에 다른 사람이 새로 연 경우도 함께 잡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접고도 폐업 신고를 안 한 곳은 영업 중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앞의 19.5%는 오히려 낮게 잡혔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사실이 있습니다. 주인만 바뀐 경우를 다 빼도 변화는 문 연 지 얼마 안 된 구간에 몰려 있습니다.
왜 하필 3년인지는 달력을 보면 짐작이 됩니다. 첫해는 새로 열었다는 것만으로 예약이 붙습니다. 둘째 해에 비수기를 온전히 한 번 겪습니다.
셋째 해에는 계약서에 적어 둔 날짜들이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임대 만기와 대출 조건, 설비 교체 시기가 비슷한 무렵에 몰립니다.
4년차부터는 건수가 3분의 1 가까이 꺾입니다. 위기가 사라졌다기보다 넘긴 곳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 숫자는 겁주는 용도로 볼 것이 아닙니다. 계획을 세우는 단위로 쓰면 됩니다.
그래서 예산은 여는 값이 아니라 버티는 값으로 짜야 합니다. 1년치로 시작하면 가장 위험한 구간을 반도 못 지납니다.
어떤 업종이 더 위험한가요?
같은 3년인데 업종을 갈라 보면 결과가 크게 벌어집니다. 평균 하나로 뭉뚱그리면 오히려 사실과 멀어집니다.
읽는 법: 같은 숙박업이라도 어느 문으로 들어갔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곳 수로 보면 감이 더 잡힙니다. 아래에서 내 업종 줄만 찾아보셔도 됩니다.
| 업종 | 문 연 곳 | 3년 안에 닫은 곳 |
| 외국인관광 도시민박 | 511곳 | 132곳 |
| 농어촌민박 | 7,209곳 | 1,689곳 |
| 숙박업(생활) | 1,098곳 | 68곳 |
| 한옥체험업 | 267곳 | 11곳 |
| 관광숙박업 | 319곳 | 8곳 |
맨 위 두 업종은 시작할 때 드는 돈과 절차가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아래로 갈수록 건물과 시설에 붙는 요건이 많아집니다.
요건이 많은 쪽은 소방과 시설 기준을 맞추느라 돈과 달을 더 씁니다. 가벼운 쪽은 접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을 받습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은 4곳 중 1곳(25.8%)이 닫혔습니다. 호텔 같은 관광숙박업은 40곳 중 1곳(2.5%)입니다. 같은 3년인데 10배입니다.
3년 안에 닫힌 1,973곳도 대부분 맨 위 두 업종에서 나왔습니다. 숙박업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특정한 문의 문제입니다. 폐업에는 장사와 무관한 이유도 섞여 있습니다.
문턱이 낮으면 나도 쉽게 들어가고 옆집도 쉽게 들어옵니다. 준비가 덜 여문 곳까지 같은 시장에 섞입니다.
문턱이 높은 쪽은 반대입니다. 돈과 서류를 먼저 통과한 곳만 개업 명단에 남습니다.
이건 업종의 우열이 아니라 들어가는 문턱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문턱이 낮은 자리라면 그만큼을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문턱 하나로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아래쪽 업종에는 규모가 큰 곳이 많아 한 해 비수기를 견디는 힘도 다를 수 있습니다.
맨 윗줄이 본인이어도 겁부터 먹을 일은 아닙니다. 이 비율은 같은 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다 합친 평균입니다.
3년치 자금을 세어 두고 시작한 곳과 한 달 벌어 한 달 쓰는 곳이 한데 묶여 있습니다. 절차가 대신 시켜 주지 않는 준비를 스스로 채우면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그럼 저는 뭘 하면 되나요?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아직 열기 전인지, 이미 열고 1~3년차인지로 나눠 보겠습니다. 이미 문을 여셨다면 아래쪽부터 보셔도 됩니다.
방 수와 요금, 예약이 차는 비율을 넣어 보세요. 방이 한 칸이어도 됩니다. 잘되는 달 말고 안되는 달로 넣어야 기준선이 나옵니다.
매달 나가는 돈에는 임대료와 대출 상환, 공과금, 보험, 청소비를 함께 넣으세요. 여기에 36을 곱한 금액이 3년을 버티는 값입니다.
계산해 보고 3년치가 안 나온다면 여는 시기를 미루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직 열기 전이라면
- 하려는 업종에 필요한 서류와 요건부터 관할 구청에 물어보세요. 이 건물에서 되는지,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지, 주인이 직접 살아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계약을 먼저 하면 안 되는 걸 뒤늦게 알아도 보증금이 묶입니다.
- 계약서를 쓰기 전에 만기 날짜를 보세요. 돈 나갈 일이 한 달에 겹치지 않게 날짜를 어긋나게 잡을 수 있습니다. 계약 전이면 조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 공사비는 한 번이고 매달 나가는 돈은 계속입니다. 3년치를 먼저 적고, 남는 돈으로 공사 범위를 정하세요. 여는 값을 줄여서라도 버티는 값을 먼저 확보하는 순서입니다.
이미 열었고 1~3년차라면
- 계약 만기일과 대출 조건이 바뀌는 날을 달력에 나란히 적어 보세요. 겹친다면 지금 은행과 집주인에게 먼저 말을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 예약이 하나도 없는 달을 가정하고 나갈 돈을 더해 보세요. 성수기 매출로 평균을 내면 위험이 가려집니다. 임대료와 대출, 공과금, 보험이 기본입니다.
- 현금 목표는 4년차까지로 잡으세요. 3년에 맞추면 3년째에 딱 바닥납니다. 객실을 늘리는 결정도 이 구간을 지나고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늘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3년째 되는 그 봄에 돈 나갈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지 아닌지입니다.
겹친다면 은행과 집주인에게 말을 꺼낼 시기는 그달이 아니라 지금입니다.